Story per Picture

만연체, 라노벨, 학원물, 오컬트

E3 2020. 7. 17. 01:21

J현 A거리. 지형은 평탄하고 에도 시대 이전부터 3개의 대로가 주변을 지나는 교통의 요지였지만 어째서인지 외면받다가 2000년대 초부터 개발이 시작된 우리의 삶의 터전.


나는 S고교 학생회 치안부장을 맡고 있다. 교원회와 학생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치안부의 권한은 실로 막강.


그렇다고 교정에 범죄가 들끓는 것은 아니다. 신시가지는 아직 슬럼화도 되지 않았고, 교생일동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학생의 비행율은 전국 평균이하로 억제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물론, 그 자부심은 학생회의 일원으로서의 자부심이지 치안부의 공은 아니다. 분명 탈선한 자의 처리는 치안부의 업무지만, 학교는! 교사와 학생회의 주 업무는! 탈선한 학생을 응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탈선하기 전에 올바른 길을 갈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그 노력의 유효함은 '범생이들만 다니는 조용한 학교'라는 평판으로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치안부는 할 일이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품어 도 타당하여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 반대인 것이다.


단언컨데 학교에서 가장 격무에 시달릴뿐만 아니라, 정신적 부담과 육체적 위협에 노출을 감수해야하는 치안부는... 아니, 정정해 말해 치안부 부원들은 S고교의 가장 헌신적인 봉사자들 중 하나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들의 심신에 가해지는 막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초고교차원의 배려가 범 A시 차원에서 제공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상황의 중대함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말한다.


"마셔라. 잊을 수 없는 악몽을 본 날엔 술에 기대어 밤을 견뎌도 좋다. 그 고통을 오늘 이기라고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견디어 낸다면 너희들도 분명 훌륭한 치안부원이다."


치안부의 신참들을 격려하며, 시내 상인이 제공한 요정에선 위문의 술상이 펼쳐져 있었다.


물론 술과 요리만으로 끔찍한 경험을 달래게 하긴 중과부적. 역시 남자에게 위로가 될만한 건 미녀. 나는 신호를 보냈고 곧 스무살 남짓의 누님들께서 아직 얼어있는 신입들에게 다가왔다. 나는 일어서 그녀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부하들을 부탁한다.


"여러 특례를 받고 있지만, 아직 고교생의 몸, 너무 강한 자극은 주지 말아주시길."


얼어붙은 신입들의 모습도 조금 녹길 바라며, 나는 청주를 들이킨다. 나는 곧 일어서야 한다. 하지만 분위기를 깨고 싶진 않다. 전화를 받는 척을 하며 요정을 빠져나와 유흥가의 네온사인이 빛나는 저잣거리를 성큼성큼 걸어 나간다.


내가 먼저 찾아간 것은 청소년이 담배를 피고 있던 뒷골목이다.


"거기, 너! 2학년 B반의 타니구치지? 너는 D반의 아키라. A반의 쥬도군."


상대들은 나를 알아보고 담배를 떨어트린다.


"치... 치안부장?!"


"나는 바쁜 사람이다. 너희같은 잔챙이 들을 손보기 위해 1분 이상의 시간을 쓸 생각이 없다. 따라서 서류작업은 남지 않는다. 즉결심판이다. 각오는 하고 있겠지?"


가련히 떠는 학우들은 나에게 감히 대항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마치 뱀 앞의 개구리. 약한 놈들을 괴롭히는 것 같아 유쾌하진 않다. 하지만 형식적으로나마 학생회 임원의 업무는 해야한다.


-콩! 콩! 콩!-


고작 노크 수준의 꿀밤 한대씩에 상대들은 어안벙벙한다. 상황파악이 안되어 자기들끼리 두리번 거리는 그들에게 나는 말한다.


"이걸로 체벌은 종료. 오늘은 운이 좋은 줄 알아라. 지금 나는 1분도 바쁘다. 거듭 말하지만 걸리지 않게 하면 나는 터치하지 않는다. 이 A시에서 내게 걸리지 않을 방법이 있다면 말이겠지만. 그리고...지금부터 서쪽으로 250m이상 떨어져라. 시한은 180초. 달성하지 못했을 때의 안전은 보장하지 못한다."


가련한 탈선 학우들 3명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지만 곧 후들거리는 다리로 비틀거리며 달려나갔다.


그럼 슬슬... 치안부의 주업무를 집행해봐야겠군. 나는 근처 가게 뒷길에 놓인 대걸레를 들고 성큼걸음으로 나아간다.


그동안 이 A거리가 개발되지 않았던 이유는 그동안 미신적인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소문이 헛소리를 치부되는 시대가 오자, 이 A시는 개발되었다. 고대 백귀야행의 땅을.


"오호라, 아름다운 불꽃, 젊고도 부질없는 생명의 불꽃의 냄새가 나는 구나."


여성과 남성의 목소리를 섞은듯한 기괴한 목소리. 한 여인이 전통복을 입고 비틀거리며 밤거리 한 가운데를 걸어 다가오고 있다. 얼굴에 '조온나 노멘'-선녀 가면-을 쓰고서.


"저번에 내 부하들이 신세를 졌더군."


치안부의 신참들이 정신적 외상후유장애를 앓고 있는 원인. 그들이 재기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원인이 제거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상대는 나를 발견하고 기괴한 목소리를 낸다.


"우훗, 거기 멋진 남자분. 나에게 한창 나이의 뜨거운 피를 느끼게 해주지 않겠어?"


나는 대꾸한다.


"혈기라면 주고 싶지만, 주변의 평가에 따르면 나는 뜨겁기보단 차가운 모양이다. 유감이군. 하지만 괜찮겠지. 네가 원하는 피라는 건 문자 그대로의 의미일테니. 그렇다한들 문제될 것은 없다.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봐라. 물론 순순히 헌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대-이물-이 대답한다.


"호오.... 그러고보니 이름을 들어봤던 것 같군. S고교 치안부장은 귀신 먹는 귀신이라고. 그런데 어쩌나. 치안부의 흉흉항 제마장비는 보이지 않고 손에는 고작 대걸레. 이름이 뭐였더라... 상관 없나. 오늘부로 내 입안에 들어갈테니!!"


이물은 본모습으로 변한다. 전통복이 뒤로 벗겨지며 크기부터가 여자가 아니라 괴물이 된다. 뱀모양의 하체, 2쌍의 거대한 낫같은 팔! 뿜어내는 요기만으로 평범한 사람은 혼이 흐트러지리라.


나는 품안에서 금줄을 꺼내어 대걸레에 건다.


"급한대로... 이것이 오늘 나의 제마봉이다."


"하하핫, 고작 그따위 조잡한 물건으로 나를 잡겠다니. 나를 능멸한 죄값은 네 혼으로 받겠다!!!"


달려드는 이물. 순차적으로 뻗는 팔을 피하며 나는 상대의 팔꿈치를 제마봉으로 후려친다. 그때마다 금줄을 두른 제마봉의 파사의 힘이 마물의 요기와 반발해 보이지 않는 폭파를 일으킨다.


"끄으으으으윽..."


여러차례의 공방 끝에 상대는 팔이 저려오는지 움추려 든다.


"끄으으윽... 고작 이런 조악한 물건으로 본좌에게 이런 상처를 입히다니....!"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 법. 또한 지렁이를 잡는데 칼의 크기를 논할소냐."


덤덤한 나의 말에 발끈한 이물은 격정을 터트리며 쓰나미처럼 달려온다.


"본좌를.... 감히... 지렁이에 비유해...! 귀신 먹는 귀신이 그 알량한 대걸레가 금이 가고 쪼개져가는 건 못봐서 목숨을 잃는구나!"


동시에 2,3개씩 후려치고 할퀴고 공격이 들어온다. 체술만으로 피하는 것은 무리. 대걸레로 막는 순간 나의 마지막 무구의 수명은 다했다.


-와지끈!- 부러져 산산 조각이 나는 대걸레 파편 사이로 4개의 대낫이 일제히 내 몸을 쪼개기 위해 하늘로부터 내리 꽂힌다.


"전장에 임하는 자 되어 병구를 소흘히 한 것이 너의 패인이니라!"


상황 파악을 못한 우행! 섣불리 승리를 자신하는 불찰! 투병식과가 빠른 경적필패!


그런 지리멸렬함을 지켜보기엔 일각이 천억만겁하니...


기다리기 질린다. 지켜보기 답답하다. 생각하기 안쓰럽다. ....그러하기에 나는 일부러 목소리를 내어 가르쳐주기로 했다.


"위다."


괴물은 놀라서 목소리가 나는 쪽을 올려다본다. 거기엔 떨어져오는 내가 있다.


-빠각!-


-척!-


착지를 마친 나는 뒤돌아 나아간다. 여기에 더 낭비할 시간은 없기 때문이다.


"도대체... 인간의 각력이...? 어떻게..?!"


두개골이 금이가 갈라지기 시작하는 걸 스스로의 손으로 잡아 막으려하지만 터져나가는 것을 막을 순 없다.


"금줄 하나로 평범한 대걸레가 제마봉이 된다면, 그걸 사람에게 걸친다면 체술로도 마를 구축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보진 못했나. 상상력이 부족한 너의 패배다."


"끄으으윽... 금줄... 도대체 어디에..."


갈라져가는 한냐가면-괴물의 두개골-의 안와에서 안구는 필사적으로 금줄을 찾아 헤멘다. 대걸레에 매달려 있던 너덜너덜해진 금줄은 아니다. 팔목 발목 목 허리 어디에도 금줄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부원들이.... 기다리겠군."


J현 A시 S고교의 치안부에게 주어진 사명은 가혹하다.


아니, 정정한다.


J현 A시 S고교의 치안부원들에게 주어진 사명은 가혹하다. 따라서 요마들에게는 치안부 부장에 대한 직접 대면이 권장된다. 용건은 언제나 신속처리를 보장하겠다.
-치안부장 백-



2020, 7,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