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per Picture

아포칼립스 밀리터리

E3 2020. 7. 17. 01:00


렌스크 마을에 왔을 때, 한 아주머니가 우리를 울며 찾아왔다. 아이가 근처 군벌에게 납치당했다는 것이다. 사정은 딱해. 하지만 우리 목숨도 여러갠 아니라 애를 구하러 군벌에 쳐들어갈 수는 없다. 그래서....

마음 약한 내가 상황만 살피고 오기로 했다. 마을은 이미 약탈을 당해서 보급을 받을 수 없었기에 동료들은 서둘러 다음 마을로 가기로 했고, 나도 여의치 않으면 그대로 다음 마을로 갈 거니까 아줌마한텐 아마 아무런 소식을 전하지 못할 것이다.

근데 군벌들의 근거지는 매우 조용했다. 벌써 다음 마을을 털로 간 것이다. 연병장을 보니 일단 새로 납치해온 애들에게 신고식은 치르게 한 모양이다. 죄없는 주민을 하나 잡아다 묶어놓고 아이들에게 칼로 한번씩 찌르게 만드는 거지.

내가 어디서 기분이 상했는지는 잘 파악이 되지 않는다. 유명한 이야긴데 막상 보니 기분이 좋진 않은 건지, 아이들을 감시하던 간수가 꾸벅꾸벅 졸고있는 근무태만인 모습에 빈정이 상했는지 파악이 안되.

중요한 건 내 기분이 풀리는 거다 싶으니깐, 때마침 말 안듣는 아이하테 쓰는 채찍이 있길래 그걸 간수 목에 감고 40초 정도 끌어당겨보았다. 기분 전환 효과는 별로 없었다.

이런.... 도대체 나는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되먹지 못한 군벌에게 빚을 질 짓을 한 걸까. 아이들을 풀어줄 땐 복면을 썼지만 이 군벌 놈들은 자기들을 건드린 놈을 찾아 주민들을 족쳐서 증언을 모아서 내가 누군지 찾아내겠지. 그리고 빚을 받으러 올 거야. 소총과 RPG로 중무장을 하고서. 이런 상황에서 이미 엎어진 우유란 표현은 매우 우유부단한 표현이다. 이럴 때는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하는 거다.

바퀴자국을 보건데, 군벌의 거의 전부는 동료들이 향한 마을을 털러 갔기에 나는 서둘러 달려갔다. 군벌들의 근거지에 불을 지르고 나서.

한참을 달려 도착한 내가 능선 위에서 마을을 보니 마을에선 간헐적으로 총성이 들리고 있었다. 동료들의 위협사격이다. 이러면서 시간을 끌다가 도망치는 게 우리의 레파토리다. 근데 나보다 먼저 마을에 접근하던 군벌들은 흥분해서 막 총질하는 중이였다.

이 놈들이 조준사격을 안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유가 있다.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이들의 소총은 명중률이 절망적이다. 우리의 소총도 오랫동안 정비를 못받아서 노후화로 명중률이 나빠지고 있는 마당이지만 그것과 비교가 안될 정도다. 그 차이는 기계로 팠지만 닳아져가는 강선과 손으로 한줄한줄 심혈을 기울여 수작업으로 판 삐뚤빼뚤한 강선의 차이다.

하지만 이 놈들이 항상 옹기종기 모여서 붙어다니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수류탄 한방에 몰살당하게 생겼잖아?! 물론 지금까지 남아있는 수류탄은 드물지.

나는 능선에서 시그널 미러로 햇빛을 반사시켜 마을에 신호를 보냈다. 내용은 '엄호 바람'. 아마 부대장은 쌍안경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조용히 군벌들의 배후로 다가간다.
적의 중대급 병력을 이 쪽의 한명으로 소탕할 방법이 뭘까? 간단하다. 상대가 나를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 제거하는 것이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 말이다.

소음기는 대부분 소모되서 없지만 나에겐 방법이 있다. 나무는 숨기려면 숲에 숨기라고 했다. 총성은.... 총성 속에서 숨기면 된다. 물론 우리한테 그런짓을 할만한 탄약은 없지만 상관 없다.

내가 충분히 군벌들에게 접근한 뒤 마을을 향해 손짓을 했고, 아군의 조준 사격이 시작됐다. 군벌들은 동료 몇명이 쓰러진 것만으로 흥분해 미친듯이 총질을 하기 시작한다.
나한테 주어진 시간은 이 멍청이들이 탄창을 다 쓸 20초 정도. 그럼 이제부터 좀 이른감이 있지만 크리스마스 파티다. 살기 빡빡한 이 세상, 올해도 열심히 살아온 여러분의 등 뒤에서 달립니다. 만나는 분들에게는 그 귀하다는 소총탄을 3, 4발씩 배분해드립니다. 탄피 없이 탄두만. 그마저 준비한 소총탄이 75발 정도라 금방 떨어졌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곧바로 9mm 권총탄이 소총탄을 못받은 분들의 두개골에 찾아갑니다.

그리고 군벌 잔당이 5명이 남았을 때 이들의 탄창은 비었다. 동시에 군벌놈들이 패거리의 총성이 멎은 것에 의아함을 느껴서 주변을 살피기 시작한다. 정면승부는 죽고 나면 15초 후에 되살아나는 게임에서나 하는 거다. 나는 그대로 행동을 멈추고 주변에 돌기둥 뒤에 몸을 숨기고 속으로 x됐다를 되네인다. 그때 마을쪽에서 총을 쏴서 주변 바위에 돌조각이 튀긴다. 놀런 잔당들이 다시 총질을 개시했고 나는 뛰쳐 나와 권총을 쏜다. 신중히 그러면서도 신속하게...

적이 한명 남았는데 권총탄이 떨어졌다. 권총을 쥔 오른손으로 탄창제거 버튼을 누르며 왼손으로 예비탄창을 꺼내려고 하는데 남은 탄창이 없다는 게 떠올랐다. 왼손은 그대로 어깨의 단검을 뽑았다.

19-3-13일. 그림은 사실 내가 그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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